소크라테스는 왜 도망치지 않고 독배를 마셨을까?
탈출을 권하는 친구 앞에서 소크라테스는 무엇을 지키려 했을까요? 크리톤과 변명을 함께 읽으며 ‘악법도 법’이라는 익숙한 설명을 다시 살펴봅니다.

친구가 감옥을 찾아와 탈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돈도 마련할 수 있고 다른 도시에서 살아갈 길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형을 기다리는 소크라테스는 곧장 동의하지 않습니다. 『크리톤』이 그린 이 장면에서 그의 관심은 나갈 수 있느냐보다, 나가는 것이 옳으냐에 놓입니다.
친구의 제안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플라톤의 『크리톤』은 형 집행을 기다리는 그에게 친구 크리톤이 탈출을 권하는 대화입니다. 친구는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이유뿐 아니라 남겨질 자녀와 주변 사람들의 평판도 이야기합니다.
크리톤을 비겁하거나 생각 없는 사람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과 살아 있는 이들에게 남을 책임을 함께 고려합니다. 그의 제안은 대화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선택지로 제시됩니다.
다만 이 글을 감옥 안 대화를 그대로 받아 적은 기록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플라톤이 구성한 철학적 대화편입니다. 역사적 소크라테스의 선택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이면서, 정의로운 삶을 논증하는 문학적 형식이기도 합니다.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기준일까
소크라테스는 이전에 옳다고 인정한 원칙을 상황이 급해졌다는 이유로 버릴 수 있는지 묻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는 일이 아니라 바르게 사는 일이라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끕니다.
그가 세우는 출발점은 부정의를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갚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판결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만으로 탈출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이것은 그가 죽음을 원했다는 설명과 다릅니다. 생명보다 가볍지 않은 판단의 기준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독자는 그 기준에 동의할 수도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영웅이라는 감상만으로는 논증이 보이지 않습니다.
법이 직접 말을 걸어오는 장면
대화 중간에는 아테네의 법이 의인화되어 소크라테스에게 질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법은 그가 이 도시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오랫동안 살아왔다는 관계를 제시합니다. 공동체의 판결을 개인이 자기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무력화하면 무엇이 남겠느냐는 논리입니다.
여기에는 도시를 떠날 기회가 있었는데도 머물렀다는 사실을 일종의 동의로 보는 주장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거주가 언제나 모든 결정에 대한 자유로운 동의를 뜻하는지는 논쟁할 수 있습니다. 원문을 이해하는 것과 그 논증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다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논의를 거쳐 자신의 탈출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특정한 삶과 도시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판단을 떼어 모든 사람과 모든 국가에 똑같이 적용하면 원문의 복잡함이 사라집니다.
‘악법도 법’은 원문의 한마디가 아니다
흔히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마셨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문구를 『크리톤』에 실린 그의 직접 발언으로 제시해서는 안 됩니다. 대화편의 논증을 지나치게 짧게 줄인 후대의 설명에 가깝습니다.
더구나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그만두라는 조건으로 풀려나더라도 그 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았던 자신의 행동도 제시합니다. 어떤 권력의 명령이든 무조건 복종했다는 인물상과 맞지 않습니다.
『크리톤』과 『변명』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철학적 쟁점입니다. 하지만 두 글을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법이므로 무엇이든 옳다는 단순한 교훈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질문 방식이 죽음 앞에서도 계속되었다는 점이 더 분명합니다.
잔보다 오래 남은 질문
『파이돈』은 마지막 대화와 죽음의 장면을 전합니다. 독배라는 강렬한 이미지는 소크라테스의 생애를 상징하게 되었지만, 그 장면의 의미를 특정 음료나 의연한 표정에만 둘 필요는 없습니다. 그 전에 무엇을 논의하고 어떤 이유로 선택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아테네의 민주정을 함께 읽으면 이 사건이 왕 한 사람의 명령으로만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민의 참여 제도와 철학자의 비판이 충돌한 장면은 민주정 자체를 간단히 찬양하거나 부정하는 결론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선택을 오늘날 누군가에게 부당한 처우를 참으라는 요구로 사용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 이야기가 남기는 것은 복종의 명령보다 질문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불리한 순간에도 어떤 원칙을 지킬 것인지, 그리고 그 원칙을 어떤 논증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입니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크리톤 (새 창)플라톤 · Benjamin Jowett 번역 · MIT Internet Classics Archive · 46b–54e: 탈출과 정의, 의인화된 법의 논증
- 소크라테스의 변명 (새 창)플라톤 · Benjamin Jowett 번역 · MIT Internet Classics Archive · 29c–32e: 철학의 중단과 부당한 명령
- 파이돈 (새 창)플라톤 · Benjamin Jowett 번역 · MIT Internet Classics Archive · 마지막 장면: 소크라테스의 죽음
자료의 성격과 전승의 차이는 본문에서 구분해 설명합니다.
ONE THING TO REMEMBER
한 줄 정리
플라톤이 그린 소크라테스는 어떤 법이든 무조건 옳다고 말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도 부정의를 행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판단 때문에 탈출을 거부한다.
CONTINUE THE STO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