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석은 어떻게 잊힌 문자를 읽는 열쇠가 되었을까?
로제타석에는 세 언어가 아니라 두 언어를 적은 세 문자 체계가 있습니다. 그리스어와 이집트 문자를 비교한 과정이 왜 해독의 실마리가 되었는지 살펴봅니다.

돌에 글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어도 읽는 법을 모르면 침묵하는 무늬처럼 보입니다. 로제타석이 특별했던 까닭은 멋진 그림이나 숨겨진 보물 지도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읽을 수 있는 글과 아직 읽지 못하는 글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문자는 세 언어가 아니다
로제타석에는 이집트 상형문자와 민중문자, 그리스 문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앞의 두 문자 체계는 이집트어를, 그리스 문자는 그리스어를 적습니다. 따라서 세 언어가 적힌 돌이라고만 소개하면 문자와 언어의 차이를 놓칩니다.
우리가 같은 한국어를 한글과 다른 표기 방식으로 나타낼 수 있듯이, 하나의 언어가 반드시 한 가지 문자 체계로만 적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집트의 두 문자 체계가 오늘의 한글과 알파벳 관계에 정확히 대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소리와 뜻을 담는 언어, 그것을 적는 방식이 구별된다는 점입니다.
이 구분은 해독의 문제를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모르는 것은 글자가 나타내는 소리인지, 단어의 뜻인지, 문장의 구조인지부터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왕을 기리는 공식 문서의 조각
기원전 196년에 마련된 이 글은 프톨레마이오스 5세와 관련된 포고문입니다. 신비로운 예언을 기록한 비밀 문서가 아니라 왕권과 사제 집단의 관계를 보여 주는 공적인 글입니다. 여러 문자로 내용을 전하는 일에는 당시 사회의 독자와 권력이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현재의 돌은 더 큰 비석의 일부이므로 세 부분의 보존 상태도 똑같지 않습니다. 마치 완전한 대역 사전처럼 한 줄씩 대응이 표시되어 있는 자료는 아닙니다. 비교할 출발점은 주지만 모든 답을 써 놓은 것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알렉산드로스 이후의 세계를 함께 보면, 이집트의 문서에 그리스어가 등장하는 배경을 더 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름에서 소리로 나아가기
학자들은 이미 이해할 수 있는 그리스어 부분을 이용하여 다른 부분에 어떤 내용과 이름이 나올지 추론했습니다. 왕의 이름처럼 반복되는 요소는 글자와 소리의 관계를 시험하는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토머스 영과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을 비롯한 연구자들의 작업은 한 번의 직감만으로 끝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명문과 언어 지식을 비교하고 가설을 고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샹폴리옹에게 콥트어 지식이 중요했던 것도 글자 모양을 그림 뜻으로만 보는 데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상형문자에는 소리를 나타내는 기능과 뜻의 범주를 보조하는 기능 등이 함께 있습니다. 새 그림은 언제나 새라는 뜻이라는 식의 단순한 대응만으로는 문장을 읽을 수 없습니다.
발견과 해독 사이의 시간
로제타석은 1799년 프랑스의 이집트 원정 중 발견되었습니다. 해독의 중요한 이정표인 샹폴리옹의 발표는 1822년에 이루어졌습니다. 돌을 찾은 날과 글을 읽게 된 날 사이에는 오랜 연구의 시간이 있습니다.
또 ‘해독했다’는 말이 그날 이후 모든 이집트 문서를 아무 문제 없이 읽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본 원리를 알아내는 것과 낯선 어휘와 시대별 표현을 풀어 가는 작업은 구별됩니다. 언어 연구는 발견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이 과정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처럼 지식의 전달 조건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생각하게 합니다. 자료를 여러 사람이 비교할 수 있어야 한 사람의 가설을 다른 증거로 시험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열쇠와 여러 개의 문
로제타석을 해독의 열쇠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한 비유입니다. 그러나 열쇠 하나가 이집트의 모든 역사를 단번에 열었다고 상상하면 연구의 실제 모습과 멀어집니다. 다른 비문과 언어, 이전 연구와 반론이 함께 필요했습니다.
돌이 유럽의 연구와 수집 체계에 들어간 과정에도 군사 원정과 제국 간 경쟁이 있습니다. 지적 성취를 설명하는 일과 유물이 이동한 권력의 조건을 살피는 일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로제타석이 가르쳐 주는 읽기의 방법은 모르는 기호를 오래 바라보는 인내만이 아닙니다. 이미 아는 것과 비교할 자리를 만들고, 그 비교가 맞는지 다른 자료로 확인하는 일입니다. 돌이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기록 사이에 길을 낸 것입니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Everything you ever wanted to know about the Rosetta Stone (새 창)British Museum · 세 문자 체계, 기원전 196년 포고문과 발견
- How Egyptian hieroglyphs were decoded: a timeline (새 창)British Museum · 영과 샹폴리옹의 연구, 1822년 해독의 진전
자료의 성격과 전승의 차이는 본문에서 구분해 설명합니다.
ONE THING TO REMEMBER
한 줄 정리
로제타석의 힘은 비밀을 혼자 품은 돌이어서가 아니라 이미 읽을 수 있는 글과 모르는 글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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